이런 감자 이야기, 이런 감자전!

정사열 | 2019.06.26 12:27 | 조회 490
비가 수시로 와주니 감자가 잘 자랐습니다.
하지감자라더니 장마 전 하지 즈음에 수확할 수 있도록 감자 잎이 절로 스러지더군요. 지금까지 텃밭농사 중 이렇게 굵고 이렇게 깔끔한 감자를 이렇게나 많이 수확한 건 처음입니다. 대풍!
요리용 대형 감자, 쪄먹기용 중간크기 감자, 조림용 알감자까지 다양한 크기의 감자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텃밭농사의 자랑아닌 자랑이죠~


방금 수확한 감자를 소금 좀 치고 센불에 삶은 후 물을 따라내고 약불에 뜸을 잠깐 들였더니 포슬포슬한 분이 피어 오릅니다.


스르륵 입에서 녹는 맛입니다.


어릴 적 농사짓던 외삼촌이 어마어마한 양의 감자를 가져오면 어머니가 마당에 펼쳐 놓고 작은 도시 변두리의 동네 사람들을 불러모아 몇 일간 팔았었지요. 조용하던 마당이 장터처럼 북적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당시에는 좀 맛보기 쉽지 않았던 감자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기뻤지요.(제 고향에서는 당시 고구마는 감자, 감자는 북감자라고 불렀습니다.)

사실 그리 긴 즐거움은 아니었을 겁니다.곡식이 넉넉치 않았던 살림이라 가마솥 가득 감자를 쪄서 하루 세 끼를 모두 감자로 때워야 했으니까요. 포슬함이 사라지고 굳은 식은 감자에 김치라도 좀 얹어야 쉽게 넘어가곤 했지요. 
그렇다고 감자가 남아돌았던 건 절대 아닙니다.열 식구가 먹다 보면 어느 새 한 솥 가득 쪄둔 감자가 모두 사라지고 누군가는 배고픈 상황도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었지요. 어머니는 다음 날 또 한 솥 가득 감자를 삶아야 했고요.
기름에 튀긴 것도 아니고 버터를 바른 것도 아닌데 지금 생각하면 참 경이롭습니다. 지금도 그 어떤 가미를 한 감자 요리보다도 아무 것도 없이 감자 그 자체를 따끈하게 먹을 때가 가장 맛있는 것 같습니다. 어린 시절 배고픔을 지워주던 추억 때문일까요, 아니면 그렇게 해서 생긴 감자에 대한 미각 때문일까요?

감자를 강판에 갈고 또 반은 채를 쳐서 섞어 기름에 노릇하게 부쳤습니다.


채친 감자는 프렌치프라이처럼 바삭하고 강판에 간 감자는 찰떡처럼 찰지군요.
이 두 가지가 섞여 조화로운 감자전의 신기원이었습니다~^^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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